이젠 지성인 '팬클럽' 도 뜨는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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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팬클럽' 이라는 이름으로 유명 연예인들에게나 있을 법한 동호인 모임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 지성 중 한 사람인 신영복(성공회대.경제학)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신교수의 생각과 글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홈페이지(http://shinyoungbok.pe.kr)를 열어 온.오프라인으로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더불어 숲' 동호인 모임이 그 것.

현재 3백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신교수를 아는 사람들의 친목모임에서 출발했으나 홈페이지를 통해 차츰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독자적인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월 1회 소풍은 기본이고 소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종류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모아 출판도 한다.

참가자의 면면은 다양하다. 성공회대 노동대학 수강자를 비롯, 신교수의 책을 읽고 참가한 사람,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운동가, 학생, 교사, 교수, 의사, 사업가, 대기업 샐러리 맨 등. 이들의 공통점은 신교수의 생각과 글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우선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면 신교수의 '더불어 숲' 글씨와 그림이 나타나고 신교수의 책과 인터뷰 등 모든 활동을 볼 수 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고백하는 '숲속의 소리' , 각성의 글을 나누는 '샘터비판' 등도 있다.

'숲속의 소리' 에는 이미 8천여편의 글이 올라 있고 '샘터비판' 에도 5백여편의 글이 실려 있다. "각성도 이미 빛나는 달덩이다" 라는 신교수의 글처럼 여기에 실린 글들의 각성은 진지하고 솔직하다.

게시판에 실린 글 중 30편을 골라 이미 『나무가 나무에게』(이후刊)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처음에 뽑은 70편 중 여기에 실리지 않은 나머지 글들은 '낙엽이 나무에게' 라는 아이콘에 모아놓았다. 물론 이 책의 출간도 동호인 모임에서 자율적으로 한 것.

신교수의 책에서처럼 '나무' '숲' '각성' 이라는 제목이 홈페이지에도 많이 등장한다. "신자유주의 공세 앞에 개인과 사회의 연대, 국제적 연대를 상징하는 표현" 이라는 게 신교수의 설명이다.

모임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소모임 활동도 활발해졌다. 오프라인에서 고전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고전읽기 모임' ,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샘터' , 함께 노래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어리' , 성공회대 노동대학 참가자들의 모임 '느티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경북지역 '더불어 숲' 모임 등 지역별 모임도 이제 막 시작됐다.

이들은 아직 공통의 이념적 지향점을 갖고 있지 않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장지숙씨(한국정보공학 근무)씨는 "모임 참가자들이 이 동호인 모임에 기대하는 것이 아직 다양해 현재로선 친목모임 성격이 강하다" 고 전제하고, "그러나 앞으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점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고 했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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