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 앞서 '특감' 이 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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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권 합의에 따라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 비리.의혹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제 도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검찰 수사 후에도 의혹이 풀리지 않을 경우 특검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는 이미 특검제 실시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고 특검제는 이제 사회 분위기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특검제 도입은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 중앙수사부나 특별감찰본부로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수사를 해보기도 전에 불신을 당한 꼴이다. 특히 특별감찰본부는 설치 사흘 만이니 검사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특검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작지 않다. 우선 특감본부 수사는 특검과 중복돼 효율이나 경제성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피의자나 참고인 모두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검찰 조직의 무력화나 이미지 실추도 필연적이다.

또 우리는 과거 옷로비 의혹과 파업유도 의혹사건에서 특검제를 겪은 경험이 있다. 당시 특검은 검찰과 다른 결론을 낸 부분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던데다 재판과정에서 사법부마저 판단을 달리하는 등 특검이 당초 기대에 못미쳤다는 게 중론이었다.

문제점은 많지만 특검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게 민심이다. 서울지검 특수부가 엄청난 비리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지 하루 만에 풀어준데다 그 과정에서 전.현직 검찰 간부들 사이에 외압과 로비가 횡행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현직 검찰총장의 동생이 李씨에게서 석연찮은 명목으로 거액을 받았다니 현실적으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검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아직 넘어야 할 어려움이 많다. 이 동안 검찰은 특히 이 사건 수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검찰 수사가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다면 특별검사나 특검제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특검제 도입이 결정된 시점에 검찰 특별감찰본부가 더욱 분발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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