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인천 만수천 복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을 가로지르는 만수천(萬壽川)의 복개공사를 놓고 인천시와 환경단체가 마찰을 빚고 있다. 시가 하천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해충 등을 막기 위해 하천복개 공사에 나서자 지역 환경단체들이 환경 및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주장하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복개공사=만수천 인근 시영아파트를 비롯한 지역주민 1천6백가구가 하천의 악취와 해충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1997년부터 민원을 제기하자 복개가 결정됐다. 시는 만수천 미복개 구간인 4백60m를 내년말까지 복개한 뒤 체육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주택밀집 지역인 만수천 구간 1천2백40m 가운데 남동구청 앞과 만수3지구 부근 등 상.하류 구간은 이미 복개가 끝났다. 만수천은 상류에서 하천으로 유입되는 물이 부족하고 생활 하수가 흘러들어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환경단체 반발=인천 환경운동연합과 인천의제21 등 인천지역 환경단체는 인천시가 지난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장수천을 생태 하천으로 조성한다고 밝힌 후 장수천과 합류되는 만수천을 복개하기로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하천이 덮이면 자연생태계 파괴는 물론 친수(親水)기능을 잃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성혁수(28)간사는 "복개로 인해 더러워진 만수천의 오.폐수가 장수천을 거쳐 소래포구까지 흘러들어 인천 앞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고 말했다.

▶시의 입장=인천시는 만수천과 장수천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장수천은 상류 지역에 안정적인 자연 수원이 있어 자정 능력이 있으나 4백60m구간을 제외한 상.하류 구간의 복개가 이미 끝난 만수천은 이미 하천 기능을 상실한 채 사실상 하수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하천 주변 여건에 따라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며 "대신 검단천.대곡천.계양천.대포천 등 자연형 하천의 경우 친수 공간 확보를 위한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고 말했다. 결국 시는 하수도로 전락한 만수천을 복개해 악취.해충 발생을 줄이고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