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특검제 수용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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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이 24일 '이용호 게이트' 와 관련해 특검제 수용의사를 밝혔다. '검찰 특별감찰이 미진하면' 이란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여권에선 수용 지시로 받아들였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가 한나라당측과 즉각 협상에 나서 원칙적 합의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에 기형적인 특별감찰본부를 만들면서까지 특별검사제를 거부해온 金대통령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것은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의 악몽 재연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들은 옷 로비 사건 이후 현 정부가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도 金대통령은 의혹 제기를 '마녀사냥' 으로 몰아붙이며 버텼다. 그렇지만 특검제와 국회 청문회로 만신창이가 되면서 결국 김태정(金泰政)법무부 장관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는 그 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판단인 것 같다. 더구나 임기 말과 맞물려 급격한 국정장악력 약화와 국민 지지도 하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위기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민주당 일각의 의견도 참고했다고 한다. 조순형(趙舜衡)의원 등은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이 자진사퇴하고 특검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청와대 내에서도 검찰총장 동생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특검제 수용 의견이 대두했다.

특히 지난 주말 민주당은 金대통령에게 정면돌파를 건의했다고 한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특검제를 밀어붙일 경우 정국 주도권을 잃고 계속 끌려다닌다고 봤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결국 10.25 재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권이 특검제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로 한 것 같다.

김진국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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