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대전] 지휘부만 같은 다른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항공기 돌진테러에 대해 미국이 즉각 응징을 선언하자 대 테러전쟁은 걸프전의 재판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이 동맹국.아랍권 국가들을 끌어들여 다국적군을 편성해 작전에 돌입한다는 관측이 걸프전과 비슷한데다 딕 체니 부통령(당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당시 합참의장),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당시 국방차관) 등 걸프전 주역들이 그대로 현재 전쟁준비팀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무한 정의' 로 이름붙여진 이번 전쟁은 목표물을 분명히 확정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총동원해 아군의 피해를 줄인다는 기본 전략의 면에선 걸프전의 '사막의 폭풍' 작전과 일치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면에선 커다란 차이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 투입전력.작전형식 차이=가장 근본적 차이는 걸프전 상대였던 이라크가 미사일과 탱크 등 중화기로 무장한 '보이는 적' 이었던 반면 이번 전쟁의 상대방은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는 '보이지 않는 적' 이란 점이다.

이 때문에 공격형태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걸프전에서 미국은 대규모 공습으로 이라크의 방공망 등 군사기지를 무력화한 뒤 최종단계에서 지상군을 투입,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공군의 엄호폭격이 진행되는 동안 특수부대가 아프가니스탄으로 침투해 임무수행을 하는 방식이 유력시되고 있다. 요인 체포와 암살 등 비정규전까지 불사하는 것도 작전상 큰 차이다.

◇ 전쟁기간도 차이=투입 전력도 72만명 병력과 공군기 2천6백대가 동원된 걸프전에 비하면 '무한 정의 작전' 엔 훨씬 소규모가 동원돼 병력은 수만명, 항공기는 5백대 이하가 될 전망이다.

개전 시점과 작전기간도 정반대다. 걸프전 때 미국은 다국적군 편성에 5개월반을 쏟아부었지만 군사작전은 1백시간 만에 끝낸 초단기전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조기개전하지만 테러조직 섬멸이란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미 관계자들이 공언하고 있다.

미국이 군사작전 개시에 앞서 유엔 결의를 거치지 않을 것이란 점도 걸프전과의 차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번 작전은 자위권 발동이므로 유엔의 승인이 필요없다" 고 선을 그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