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안나푸르나 정상에 오른 사람 수는 … 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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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 물을 마시네?

정상을 지척에 두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오은선 대장에게 셰르파가 물병을 건넨다. 캠프4(7200m)를 출발해 정상(8091m)까지, 그리고 다시 캠프4로 귀환할 때까지 그가 섭취한 유일한 음식이 물이다. 해발 7000m 이상 고도에선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물기 있는 음식은 역한 냄새를 풍긴다. 오 대장이 캠프4를 출발한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5시. 정상에 섰다가 다시 캠프4로 내려온 시간은 28일 0시45분이다. 오 대장은 최소한 19시간45분을 굶은 셈이다. 캠프4로 내려와서도 보통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게 전부다.

2 꼭대기가 아닌데?

가장 많은 의문이 제기됐던 장면. 오 대장이 피켈을 꽂은 지점 뒤로 뾰족한 얼음 탑 같은 게 보였다. “저기가 더 높은 것 같은데, 저기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봉우리의 꼭짓점까지 올라가는 게 맞다. 그러나 꼭짓점도 꼭짓점 나름이다. 사람이 두 발로 서기 힘든 곳은 해당되지 않는다. 1999년 안나푸르나를 등정했던 엄홍길 대장의 현장 설명이다. “더 가면 위험하다. 저기서 삐끗하면 3000m 낭떠러지다. TV에선 꽤 멀어 보였지만 사실은 3m도 안 되는 거리다.”

3 정상에 얼마나 있었을까?

15분이다. 오 대장은 한국시간 27일 오후 6시15분 정상에 올랐고, 6시30분 하산했다. 오 대장이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22일부터 따지면 15분 정상에 서기 위해 6일간 올랐다는 얘기다. 23일 캠프3(6400m)에 도착했던 오 대장은 악천후를 만나 캠프1(5100m)까지 후퇴했다가 25일 다시 공격에 나섰다.

4 혼자가 아니네?

정상에 오른 건 모두 6명이다. 오은선 대장과 나관주 대원, KBS 정하영 촬영감독과 셰르파 3명이다. 정상에서 오 대장을 지원한 셰르파는 체지 누르부(28). 그러나 오 대장과 가장 많이 등정한 셰르파는 옹추 다와(33)다. 옹추는 오 대장과 여섯 번째 동반했지만 이번엔 KBS 촬영감독을 돕느라 오 대장 곁에 없었다. 옹추는 히말라야 14좌 중 10좌를 등정했다. 단독 등반이 아닌 이상 대개 셰르파가 먼저 정상을 찍는다. 현지인인 셰르파는 고소 적응이 문제가 되지 않기에 등반가들보다 고산 등정에 유리하다. 그러나 셰르파는 돈을 받고 길잡이와 짐꾼 역할을 할 뿐 등반가는 아니다.

5 돈은 얼마나 들었나?

오 대장의 현재 직함은 블랙야크 익스트림팀 이사다.

아웃도어 업체인 블랙야크가 모든 원정경비를 지불한다. 다만 KBS 촬영팀 경비와 취재진의 위성전화 요금은 각자가 책임진다. 이번 원정에 총 얼마가 쓰였는지 아직 모르지만 지난해 10월 안나푸르나 원정 때 사용한 5억원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 대장은 블랙야크 후원을 받기 시작한 2008년 2월부터 행보가 빨라져 그해 5월 13일부터 지난해 8월 3일까지 매년 4개씩 8개의 봉우리 등정에 성공했다.

산악계에선 “베이스캠프 구축까지가 원정의 절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원정 비용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손민호·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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