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실세' 김영준, 이용호게이트 핵심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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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용호 G&G그룹 회장의 주가조작과 관련해 거액의 차익을 남겨 검찰이 수배 중인 'D금고 대표' 김영준(41)씨가 D금고의 실제 서류상에는 등재되지 않은 인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업계에선 金씨가 이번 주가조작 사건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말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金씨가 물밑에서 李회장의 주가 조작과 사업 확장을 주도해온 배후인물일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金씨의 행적과 신병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金씨는 이번 사건이 공개된 이달초 홍콩으로 출국, 잠적한 상태다.

◇ 아리송한 金씨 신분=지난 4일 대검이 청구한 李회장의 구속영장에는 金씨가 D금고의 회장으로 명시돼 있다. 이용호 회장의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전환사채(CB)를 사들여 1백54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보물선 발굴사업을 추진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이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또 "金씨가 G&G그룹 계열사인 K전자의 공동 사주(社主)" 라고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D금고와 K전자의 법인 등기에는 金씨 이름이 등재돼 있지 않은 것이 확인됐으며, 비등기 임원이나 주주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D금고 관계자들은 金씨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측도 "金씨가 은행원 출신으로 D금고의 대표이사를 맡은 Y씨와 같은 S상고 출신이라는 점 외에는 金씨와 D금고의 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찾지 못했다" 며 "시중에 金씨 이름이 D금고와 관련해 오르내려 면담을 시도했는데 만날 이유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고 말했다.

金씨는 홍콩행에 앞서 캐나다(5월10~14일).일본(8월3~5일).인도네시아(8월11~14일)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 D금고 관련 새 의혹=한편 D금고가 이용호 회장의 자산 확장 등에 실제로 이용됐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D금고 사장 Y씨와 이사 K씨가 삼애인더스의 CB를 사들인 업체(비즈니스플러스)의 이사로도 등재돼 있음이 20일 확인됨에 따른 것이다. 비지니스플러스에는 김영준씨도 감사로 등재돼 있다.

검찰은 이용호 회장의 주가조작 당시 차명으로 동원된 Y사 金모 사장의 행방도 쫓고 있다.

◇ 등장인물들의 역할분담=김영준씨가 이용호 회장의 배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건은 ▶이용호 회장은 김영준씨와 함께 자산을 키우고▶여운환씨는 정.관계 로비를 통해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분담 속에서 진행돼온 것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李회장은 金씨 및 기업체 사주인 또다른 두 金씨와 함께 쌍용화재의 인수를 시도하는 등 지속적인 사업확장을 꾀해왔다.

김원배.허귀식.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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