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대통령 거부권 설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상 권리다. 거부권이 아니면 다수의 횡포를 어떻게 막겠나. " (민주당 田溶鶴대변인)

"거부권 운운은 정치적 협박이다. 여당은 아직도 민심을 모르는 모양이다. " (한나라당 權哲賢대변인)

여야는 20일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문제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가 전날 야당의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거론한 게 도화선이었다.

한나라당에선 "거부권 남용은 입법권 파괴행위이며 반의회주의적인 발상" 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왜 여당 총무가 얘기하느냐" 는 시비도 있었다.

안희석(安憙□)부대변인은 "대통령의 거부권은 정당한 입법행위를 방해하라고 보장된 권리가 아니다" 며 "거부권 발동으로 국회를 위협하면 국민이 정권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 이라는 성명을 냈다.

김만제 정책위의장 등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남북협력기금법 등 3개 법안 개정은 우리 당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므로 단호히 관철할 것" 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재오(李在五)총무는 "여당을 수로 압박하진 않겠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 말했다.

자민련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유운영(柳云永)부대변인은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법 개정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을 곧바로 대통령 특보에 임명하는 것과 같은 발상" 이라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야당이 말하는 법 개정은 정략적 발상에 따른 개악에 불과하다" 며 "어떻게든 막겠지만 야당이 다수의 횡포로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 고 반박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