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대형택시' 여러명 타면 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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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7월부터 서울시내에 등장한 9인승 대형택시가 홍보부족에 따른 시민들의 외면과 기존 모범택시들의 견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당초의 취지를 못살리고 있는 것이다.

대형택시 업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요금에 대한 시민들의 오해. C택시 관계자는 "대형택시의 덩치만 보고 승객들이 겁을 먹는다" 며 "요금이 비싸거나 특수용도로만 사용된다고 생각해 피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대형택시의 기본요금(4천원)과 주행요금(2백5m당 2백원).시간요금(50초당 2백원)은 모범택시와 똑같다. 그런데도 승차대에서 기다리는 승객들이 대형택시를 일부러 피해 모범택시를 탄다. 특히 승객이 한명인 경우 요금을 설명해도 대형택시를 타는 것을 쑥스러워한다는 것이다.

대형택시 기사 이동수(50)씨는 "택시마다 '요금은 모범택시와 동일합니다' 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지만 역부족" 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대형택시는 2백83대에 불과, 시민들이 자주 접촉하지 못해 낯설어 한다는 설명이다.

모범택시와 벌이는 '신경전' 도 승객 유치의 걸림돌이다. 호텔의 경우 모범택시가 영업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어 대형택시는 운행이 힘든 형편이다. 멋모르고 들어갔다간 "모범택시 전용 승차대에 왜 대형택시가 들어오느냐" 며 면박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형택시를 알차게 이용하는 승객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대학생 이미영(20.강동구 암사동)씨는 "친구들이 많을 땐 가까운 거리는 대형택시를 이용한다" 며 "수다도 떨 수 있고 기본요금일 경우 8명이 타면 1인당 5백원씩 내면 돼 버스요금(6백원)보다 더 싸다" 고 말했다.

직장인 회식자리에서도 대형택시는 인기다. 회사원 이선행(30.마포구 합정동)씨는 "부서회식에 택시 4대가 필요했는데 대형택시로는 두대면 된다" 고 만족스러워 했다. 일부 대형택시 업체는 짐 싣는 공간이 넓어 레저와 여행을 즐기는 승객에게 적합하다는 장점을 살려 여행사와 손을 잡고 외국인 등의 시내관광을 맡기도 한다.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대형택시는 활용만 잘 하면 기쁨이 두배" 라며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운행효과 등을 분석한 다음 10월 말 추가로 대형택시 4백대를 운행할 방침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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