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쓴 꼬마일기] 내동생은 무식한 게임 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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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내 동생 기범이는 이제 겨우 다섯살이다. 어린 게 나보다 고집은 더 세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은 뭐든지 좋은 줄 알고 가지고 싶어하고 내가 하는 건 뭐든지 따라한다. 엄마랑 아빠는 동생이니 모두 내가 양보하라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기범이가 너무 귀찮고 얄밉다.

요즘은 내가 포트리스 게임을 재미있어 하는데 옆에서 컴퓨터 게임을 너무나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러나 포트리스는 회원 가입을 해서 아이디를 걸고 돈을 모으며 등급을 올려가면서 하는 게임이므로 함부로 동생에게 하라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동생 이름으로 회원 가입을 하고 아이디를 만들어 주었다. 아마 제일 어린 회원일 거다. 그러나 기범이는 게임에 연결할 줄 몰라 포트리스를 하려면 내가 먼저 아이디를 입력해주고 연결해 주어야 한다.

엄마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못하게 하시면 기범이를 꼬드겨 게임을 하게 한 다음 내가 기범이 아이디로 게임을 해주기도 한다. 이럴 땐 동생이 좋다.

게임을 잘 할 줄 모르는 기범이는 게임을 하고 있는 방에 들어가면 금방 죽어버리지만 같이 하고 있던 다른 사람이 그 게임을 이겨 그 팀이 상금을 받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기범이가 게임을 못해 자기네 편에 폭탄을 던지고 방해하기도 해 게임을 잘하는 다른 사람이 채팅 창에다 "너 누구야! 게임도 못하면서 왜 들어와!" 하면서 욕을 한다. 그래도 기범이는 상관이 없다.

왜□ 까막눈이니까.

자기네 편이 져서 상대편이 상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모니터에 떠도 "엉아. 나 상금 받았다. 와우!" 하면서 좋아한다.

이럴 때엔 동생이 귀엽기도 해 내 마음을 통 모르겠다.

기준.기범 엄마 김지희

◇필자 김지희(37)씨는 초등학교 3년생(기준)과 네살(기범)인 두 사내아이의 엄마.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기준이의 입장에 서서 일기를 쓰는 것이다.

서울 용화여고 국어교사로 재직중이며,가정경영연구소 홈페이지(http://www.home21.co.kr)에도 글을 연재하고 있다.‘기준이네 가족 일기(진선출판사 발행)’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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