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국세청에 로비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용호 게이트' 는 19일 서울국세청 국감에서도 불거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1999년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이던 손영래(孫永來)국세청장을 상대로 '이용호 봐주기' 로비 의혹를 집중 거론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의원은 "이번 사건은 G&G 계열사인 KEP 전자의 광범위한 회계조작을 국세청이 99년 10월 적발하고도 미온적으로 덮은 데서 비롯됐다" 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금천세무서가 KEP전자의 세금계산서 불성실 신고에 대해 가산세 1억4천만원만을 추징한 채 단순사건으로 처리한 것은 안정남(安正男) 당시 청장의 옛 상사인 세무사 吳모씨를 채용한 KEP전자측이 로비를 벌인 결과가 아니냐" 고 따졌다.

안택수(安澤秀)의원은 "KEP전자는 세무당국에 적발되자 '마포(세무서) 대처 방안' 이란 내부보고서를 통해 '로비가 필요하다' 고 李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며 "로비 대상이 바로 국세청 아니냐" 고 추궁했다. 安의원은 "일선 세무서가 적절히 조치했더라면 이용호씨의 KEP전자 증자, 계열사자금 횡령, 보물선 주가조작 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는 없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또 서정화(徐廷和)의원은 "KEP전자의 무자료거래 등의 혐의가 확인됐으면 관련 계열사 등을 당연히 포괄적으로 조사했어야 했다" 며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이날 국세청은 국감 시작 전부터 '이용호씨 관련 해명자료' 를 기자실에 배포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자료는 "안정남 당시 국세청장은 이용호씨와 일면식도 없다. 관할 세무서에서 자료상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놓고 로비 의혹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고 반박했다. 安전청장과 세무사 吳모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세무사 吳씨는 KEP전자 세무조사와 관련해 어떤 로비도 한 적이 없다" 고 주장했다.

손영래 국세청장은 의원들의 쏟아지는 추궁에도 불구하고 "99년 당시 KEP전자의 조사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고, 로비도 물론 없었다" 고 강조하고 "그러나 부가세 조사 때 특별세무조사까지 바로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고 답했다.

이수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