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패션 스토리] ‘니폰필’ 스트리트패션, 백화점선 어깨 못 펴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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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명동이나 대학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니폰필(일본풍)’ 스트리트패션이 백화점에 진출했다. 그것도 하이엔드 패션의 중심지인 신세계 강남점과 본점(사진), 갤러리아 압구정점이다.

주인공은 ‘로즈블릿’이란 이름의 일본 브랜드다. 직수입 유통 브랜드까지 150여 개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온워드 카시야마’사 계열이다. 2007년 신세계백화점이 본점 신관을 오픈하면서 담당 MD가 직접 일본까지 가 발굴했으니, 국내에 들어온 지도 3년째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거다’ 싶은 고객 반응이 없다. 같은 해 현대백화점이 ‘쥬시쿠튀르’를 직수입해 지금껏 대박행진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옷이 안 예뻐서가 아니다. 오히려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중 눈에 확 들어올 만큼 사랑스럽다. 그런데 성적은 영 신통찮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니폰필 스트리트패션의 속성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이 스타일은 소프트한 분홍색·하늘색·베이지색·미색 톤의 면 소재 제품이 주를 이룬다.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블라우스나 롱스커트, 체형보다 다소 큰 ‘루즈핏’ 티셔츠와 늘어진 니트, 낡고 해진 청바지, 자잘한 꽃무늬가 들어간 면 스카프 등을 섞어 다소 빈티지한 느낌으로 입는다. 화장도 별로 하지 않고 머리도 부스스하게 풀거나 땋아내려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청순미가 돋보이는 일본 여배우 아오이 유우가 스타일 아이콘이다.

국내에서도 고등학생이나 대학 신입생처럼 ‘꾸미지 않아도 예쁜 나이’대의 여성들이 주력 계층이다. 명품 중심의 ‘강남권’ 백화점 고객층과는 취향이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고 주된 소구계층이 일부러 백화점까지 들어와 선뜻 살 수 있는 가격대도 아니다. 코트가 20만~30만원대, 블라우스가 10만원대다. 니트 하나를 사자고 해도 10만원은 줘야 한다. 백화점 옷 치고는 크게 비싸다고 할 수 없지만, 거리의 일본풍 옷가게에서 비슷한 스타일이 그 절반 이하 가격에 팔리는 것에 비하면 부담스럽다.

신세계 측은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어차피 로즈블릿 하나만 보고 온워드사와 손잡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마케팅팀 장대규 과장은 “전체적인 MD 개편을 통해 일본 영캐주얼 브랜드를 전문 멀티 편집숍으로 개편하겠다”고 설명했다. 온워드사는 일본 내에서 마르니,마이클 코어스, 마크 제이콥스, 도나 카란 등 해외 명품을 직수입하고, ICB 등 내셔널 브랜드 40여 개를 소유하는 등 영향력 있는 패션그룹이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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