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여 "국정 장악력 약화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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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은 18일 '이용호 게이트' 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시하고 나섰다. 사건의 파장이 커져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열흘 전만 해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한광옥(韓光玉)대표는 "청와대나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추호도 이권에 개입하거나 대출 청탁을 한 바 없다는 점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여권 실세 H의원으로 거론됐던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韓위원은 "한나라당이 계속 나를 겨냥해 인격을 훼손한 데 대해 모든 법적인 대응조치를 취할 것" 이라고 밝혔다.

로비스트로 알려진 여운환(呂運桓)씨가 1991년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면회를 갔다는 설(說)도 강력히 부인하며 "묵과하지 않겠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말로만 초당적 협력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헛소문 정치부터 중단하라" 고 촉구했다.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정략의 배후에는 여권을 궁지로 몰겠다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 고 비난했다.

동시에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인사에 대해선 검찰 조사 후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덮으려 하다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것이다.

田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이용호 게이트' 와 관련된 세간의 의혹들이 밝혀져야 한다며 그 내용을 적시한 것도 이같은 뜻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파문이 확대되면서 여권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거론된 일부 여권 인사들에게 개인적인 비리 의혹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과감하게 털고 나가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소야대의 어려운 정국 구도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인사는 "YS정권 후반기에도 한보 비리 사건 뒤 레임덕 현상이 가속되지 않았느냐" 고 반문했다.

이양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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