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마을 지붕위로 농업용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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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동시 풍천면 갈전3리를 지나가는 농업용수로는 이 마을 주민들에겐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논밭에 필요한 물을 대는 농업용수로가 마을 입구에 도시의 육교 모양으로 덩그러니 버틴 채 지붕 위를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풍천간선으로 불리는 이 용수로는 하회마을 앞 낙동강 풍강1양수장에서 강물을 퍼올려 30여호가 사는 갈전3리를 지나 풍천면과 안동시 풍산읍 일대를 거쳐 예천군 호명면의 농경지까지 16㎞에 물을 실어나른다.

풍천간선은 1970년 공사가 시작됐으며,이 마을에 설치된 것은 78년.

이 농업용수로가 갈전3리 마을에서 흉물스런 모습으로 변한 까닭은 마을 지형 때문이다.

용수로가 지나가는 구간은 대체로 농경지와 수평을 이룬 채로 물을 공급한다.또 마을 주변에 이르면 농경지보다 지대가 높아 도랑처럼 보통 눈에 띄지 않고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마을에선 사정이 다르다.마을 자체가 다른 마을보다 지대가 3m쯤 낮은 것.

그러다 보니 이 마을을 지나는 1백m 구간(폭 1m 남짓)은 지붕 위로 용수로가 설치돼 있다. 관개 구조상 이 마을을 피해 설치하기도 어려웠다는 것.

이 마을 주민들은 “이 시설이 농업용수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혐오감을 가질 것”이라며 “거기다 낡은 구조물이 마을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동네의 첫 인상이 좋을리 없다”는 주장이다.

권영학(68)씨는 “농경지에 물을 대기는 대야 하지만 관개시설이 주민들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라면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농업용수로는 또 낡은 데다 관리까지 부실해 물도 새기 일쑤다.

이 마을 주민 권기락(63)씨는 “물이 많이 지나가는 농사철엔 마당에 물이 흥건히 고일 정도로 물이 샌다”고 말했다.

농업용수로 바로 아래에 집이 있는 전순용(62 ·여)씨도 “여름엔 용수로에서 새어나온 물이 며칠동안 계속 집으로 흘러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수로를 관리하는 농업기반공사 안동지부 관계자는 “이 마을 위로 지나가는 용수로를 주민들 주장대로 땅밑으로 재설치하려면 잠관(땅에 묻어 수압으로 물을 흐르게 하는 관)을 매설해야 할 형편이라 신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하지만 물이 새는 등의 문제는 곧바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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