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폐암 치료, 항암제보다 백신이 효과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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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쿠퍼, 냇 킹 콜, 율 브리너, 월트 디즈니, 조지 해리슨(전 비틀스 멤버), 존 웨인…. 모두 폐암으로 고통당했거나 숨진 유명 인사들이다. 국내에서도 매년 1만여명이 폐암으로 숨진다. 위암을 제치고 연간 사망자 수 1위인 암이 됐다.

이달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선 폐암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제시됐다.

캐나다 에드몬턴 소재 크로스 캔서 연구소의 찰수 버츠 박사는 "신체의 면역 시스템을 돕고 폐암 세포를 공격하는 폐암 백신이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소세포 폐암 3~4기인 환자 17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83명)엔 항암제를, 다른 그룹(88명)엔 백신(L-BLP 25)을 투여했다(처음 8주간은 매주 한 번씩, 그 다음엔 6주에 한 번씩 백신 주사). 백신을 맞은 그룹의 평균 생존기간(17.4개월)이 항암제를 복용한 그룹(13개월)보다 길었다. 이 백신을 최장기간 맞고 있는 환자는 현재 43개월째 생존해 있다.

이 발표를 들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헤켄 멜스테트 교수는 "암 백신은 대장암.신장암.흑색종에서 이미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번에 폐암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신약인 이레사와 관련된 연구 발표도 눈길을 끌었다.

'비소세포 폐암 환자 인사이트 리서치'가 미국 등 4개국 43명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환자들은 항암제를 고르는 데 있어 증상이 얼마나 신속하게 개선되는지(92%), 부작용이 어느 정도인지(85%), 집에서 치료.복용이 가능한지(65%)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레사를 복용한 환자는 4%만이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해 다른 폐암 치료제의 부작용 발현율(35%)보다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증상 개선 효과는 이레사를 먹은 환자의 약 40%가 8~10일만에 경험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암센터 페데리코 카푸초 박사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108명)에게 이레사를 처방한 결과 환자의 암세포에 EGFR과 HER2 유전자가 있을 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GFR.HER2 유전자가 있는 사람의 반응률이 83.1%인데 비해 없는 사람은 1.5%에 그쳤다.

빈=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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