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내정' 정부 반응 ] "북핵 꼬일 것" "별 변화 없을 것"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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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덤덤, 속으론 걱정이 태산'.

16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물러나고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새 국무장관에 내정된 데 대한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복잡한 심정이다.

이날 외교부 등 대부분의 정부 당국자들은 미 국무장관 교체에 대해 "별다른 변화가 있겠느냐"는 천편일률적인 답으로 일관했다. 사안이 민감한 데다, 정부 내에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라이스 장관 내정자는 매우 합리적"이라며 "함께 일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양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보조를 맞추며 서로 교감을 나눠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얘기지만 지난 6월 3차 6자회담 때 미국 최초의 협상안이 나온 데에는 라이스 보좌관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라이스 보좌관이 과연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미국 내에도 전혀 없다"고 했다. "지난달 초부터 라이스 내정자가 미 행정부에 계속 남을 것이란 사실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뒤 나름대로 대비책을 강구해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결국 파월 장관 못지않게 라이스 내정자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인물인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 내 강경론자의 득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라이스 내정자는 전임자와 달리 국무부 내에 아무런 조직이 없어 국무부 주변에 포진해 있는 강경파들을 제어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 제임스 켈리 차관보마저 파월 장관과 동반 퇴진할 것으로 알려져 라이스 내정자가 온건책을 쓰려 해도 내부 역학상 여의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라이스 내정자가 그동안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리비아식 해법'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등 강경노선을 견지해온 점도 우리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파월 장관의 퇴진으로 '대화는 하되, 협상은 없다'는 미 행정부의 북핵 원칙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며 "향후 북핵 협상에서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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