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박사 동네'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1970년대 '과학기술 입국'을 내걸고 건설한 대전시 유성구 대덕단지 내 '박사동네'가 지은 지 25년여 만에 사라질 운명이다.

79년 해외로 유학 간 과학자들을 연구단지로 유치하기 위해 건립한 이 아파트는 모두 174가구(20, 25평형)로 입주민 80%가 박사급 연구원이고, 나머지는 연구소 직원 등이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 단지는 '박사동네'로 불려왔다. 입주민들은 입주 뒤 3년은 무료로 사용하고 4년째부터는 매달 7만5000원을 관리비로 낸다.

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원자력.기계.표준과학.에너지기술.화학.원자력안전기술.해양연구원 등 7개 정부 출연 연구원은 최근 아파트 부지 7900여평을 민간 건설업자에 팔기로 결정했다. 매각할 경우 연간 6000여만원에 가까운 관리비 부담도 덜고 250억여원에 이르는 땅값을 연구원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조두현 행정부장은 "새로 건립될 아파트(350여가구) 가운데 절반 정도는 연구단지 종사원에게 우선 분양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가(평당 600만원 이상)가 비싸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연구원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들도 1년 이내에 이곳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입주자대표 최관규(44.원자력연구소)박사는 "이 아파트는 해외 유학파 과학자들의 보금자리로 한국 과학 발전에 숨은 공신"이라며 "매각하지 말고 과학자들의 생활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73년부터 93년까지 조성한 대덕연구단지는 840여만평에 19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250여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