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반테러 선언'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남북한은 15일부터 대화 단절 6개월 만에 제5차 장관급회담을 열 예정이다. 어렵사리 마련된 대화의 장을 환영하면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해갈 것" 이라고 밝힌 데 대해 우리는 기대감을 갖는다.

툭하면 대화 단절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투정부리기 자세로는 얽히고 설킨 남북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폭넓게 확인한 화해 협력과 평화통일의 메시지를 어떻게 현실화하느냐 하는 진지한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대화 창구가 갑작스레 막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회담 정례화를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홍순영 통일부 장관도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 만큼 북측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벤트성 깜짝쇼로는 우리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점을 북측은 깨달아야 한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는 시간을 다투는 이산가족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나 서신교환에 그칠 게 아니라 면회소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이산(離散)의 한(恨)을 씻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는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어렵다.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건설, 4대 경협 합의서 이행 등 경협과제를 풀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대북 전력지원 문제도 재론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남북경협추진위원회에서 시간을 두고 실천해야 할 것이며 북측이 대북 지원의 우선 해결에 매달려 상황을 공전시키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사건과 관련,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남북 당국은 이번 기회에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의미있는 일보(一步)를 내딛기를 바란다.

구체적 합의에 시간이 걸린다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구상처럼 '테러반대 공동선언' 부터 남북이 천명하는 방안을 논의할 만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필요한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