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반론

12일자 황평우씨 글에 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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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10월 30일 환경부와 문화재청은 '문화유산과자연환경자산에관한국민신탁법'(이하 국민신탁법)을 공동 입법예고하여 시민이 확보한 자연.문화유산을 영구 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당초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연구용역으로 제출한 입법안에 비해 시민운동으로의 자율성 유지 측면이나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의 근본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와중에 11월 12일자 중앙일보의 '내 생각은… '코너에 실린 황평우씨의 글은 법안에 중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오랜 숙원인 국민신탁법 입법에 장애가 될 소지가 있어 반론하고자 한다.

우선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환경부와 4년간 밀실에서 준비했다"라는 대목은 정부와 시민단체의 명예를 함께 훼손하고 사회통합을 깨뜨리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창립 이후 공개적인 심포지엄과 국회 포럼, 회원 총회 등에서 국민신탁법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리고 2003년 하반기부터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와 환경부.문화재청.관련부처 실무자가 참석해 법안을 검토하고 최종 결과들을 공유했다. 또한 주요 골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총회와 소식지를 통해 회원들에게까지 전달됐다. 황평우씨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그간의 준비과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밀실" 운운하며, 혹여 미완의 연구사업을 자신이 몰랐다고 '무성의'와 '독선'으로 매도할 수 있는가.

또한 황평우씨의 말과 달리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환경부와 문화재청 어디에서도 자체 예산을 지원받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황평우씨는'국민신탁 이름을 자신들만 사용해야 하며, 모든 문화.환경단체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밑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국민신탁법에 의해 창설되는 '국민신탁법인'은 민법에 의해 규정받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는 전혀 별개의 특수법인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트러스트 단체와 같이 '국민신탁법인'에 자산을 위탁하는 위탁자에 불과하다. 또한 국민신탁(National Trust)이라는 명칭 역시 합의에 의해 독점적으로 사용된다면 '국민신탁법인'이 사용하는 것이고, 명칭 사용의 규정에 의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도 명칭 변경을 할 수밖에 없다.

법안 주관부서 문제도 확인된 바와 같이 국무총리실이 주관부처가 될 수 없음이 밝혀졌다. 황평우씨는 또 시민사회단체가 국민신탁을'연합회'또는'협의회'로 설립.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합의는 한 적이 없다. 국민신탁이란 신탁'재산'에 대해 독자적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신탁'의 법적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있을 수 없다. 관련 단체들의 모임인 연합회나 협의회에 법인격을 부여함은 국민신탁 운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먼저 '국민신탁'을 설립한 뒤 관련 단체 간의 연합회나 협의회가 가능할 것이다. 국민신탁을 협의회나 연합회로 변형시키려는 주장은 국민신탁의 출범을 가로막는 것이다.

끝으로 이 기회를 통해 문화연대 측은 황평우씨의 글이 문화연대의 공식 입장인지, 아니면 그는 왜 문화연대 부위원장 자격으로 글을 썼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그의 글이 본 단체의 명예를 명백히 훼손했다고 판단하며 "밀실…번복…독선…장사"로 매도한 황평우씨에게 명예훼손성 발언을 취소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김금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