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에서의 테러참사가 자칫 남북관계에 악영항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대화를 북.미 관계개선과 연계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온 북한이 이번 사태를 내세워 오는 15일 서울에서 열기로 한 제5차 장관급 회담을 미룰 경우 모처럼 마련된 당국대화의 틀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12일 "그동안 북한의 태도를 감안할 때 5차 장관급 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13일 북한에 홍순영(洪淳瑛)통일부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측 대표단 5명의 명단도 통보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개선이란 본래 목적에 초점을 두고 장관급 회담을 의연하고 차분히 풀어간다는 게 정부 입장" 이라며 "북한이 또 다시 회담 판을 깨기는 부담스러울 것" 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교수도 "미사일방어(MD)체제 등 부시 행정부의 대외 강경정책에 대한 비판이 안팎에서 대두하는 상황을 틈타 북한도 테러지원국 등의 오명을 벗으려 남북대화에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북.미관계 개선이란 보다 큰틀에는 부정적 파장이 미칠 것이란 견해도 적지않다.
전현준(全賢俊)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관급 회담에서 답방시기 등에 대한 논의도 가능하지만, 2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金위원장에게 줄 선물보따리가 필요하다" 며 "특히 대북 전력지원을 탐탁해하지 않는 미국의 입장을 우리 정부가 설득할 계제가 못돼 답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 분석했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책이 이번 사태로 더욱 강화될 게 확실시되고,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북.미대화 재개는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과의 대화 여부를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연계시키고 있는 북한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당국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 해도 경의선 철도연결 등 남북교류.협력에 국한된 의제를 놓고 협의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