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직 전문기자 칼럼] 그린벨트 조정 '건교부 맘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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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집단취락 해제대상=100호(수도권).50호(부산).30호(기타)' 를 '모두 20호' 로, '조정가능지역=1억평' 을 '1억평에 국가정책사업.지역현안사업 추가' 로 - .

전문가 수십명이 1년반 동안 마련했다는 국토연구원의 그린벨트 조정기준을 건교부가 단 1주일 만에 바꾼 내용이다.

국토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며 두차례 '광역도시계획 협의회' 를 열어 전문가.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듣고 경제장관협의회를 거친 게 전부. 제대로 된 심의는 없었다. 협의회도 전문가.지자체 공무원의 의견이 상충되자 "잘 들었다" 는 정도로 활용했다.

지난 30년동안 거의 '목숨 걸고' 지켜온 그린벨트의 운명을 건교부 장관이 왔다갔다 하는 인사로 어수선했던 1주일(8월 28일~9월 5일) 동안에 재빨리 결정한 셈이다.

일부 환경단체는 당초 국토연구원 조정기준에도 강하게 반발하던 차였다. 강.산.호소를 제외하면 그린벨트 중 이용가능 면적은 30~40%밖에 안돼 " '전체의 7.8%를 푼다' 는 건 '이용가능한 땅의 30%를 푼다' 는 것과 같다" 는 주장이었다.

건교부는 한술 더 떴다. 국토연구원은 "지역현안사업을 보전가치가 큰 곳(환경등급 1, 2급)에서도 할 수 있게 해달라" 는 일부 지자체의 관원(官願)을 "보존가치가 낮은 곳에다 하라" 며 버텨냈다.

건교부는 이를 "아무 곳이나 개발하라" "총량(1억평)을 10%까지 초과해도 좋다" 로 바꿨다. 그동안 현안사업이 없던 지자체까지 사업을 찾느라 고심 중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현안사업에 대한 기준, 연도별 쿼터도 없어 그렇지 않아도 마구잡이개발에 도가 튼 일부 시장.군수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임기 내에 돈되는 개발을 착수하려 서둘 게 틀림없다.

건교부는 또 "국가정책사업은 총량과 별도로 해제한다" 는 내용도 끼워넣었다. 중앙정부는 아무 곳에나 얼마든지 그린벨트를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책사업으로 겉을 포장해 환경훼손금을 물지 않고 각종 사업을 하겠다" 는 건교부 속내도 있다.

건교부 조정기준을 당초 안으로 되돌려야 한다. 지금까지도 그랬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관(官)이 앞장서 그린벨트를 훼손한다" 는 비난을 자초하겠다는 말인가.

음성직 교통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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