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고함지르며 시끄럽게 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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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취임 후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주문한 게 ‘고함 좀 질러라. 사무실을 시끄럽게 만들어라’는 거였습니다.”

2004년 6월 동양철관에 ‘구원투수’로 영입된 박종원(사진) 사장. 경쟁 업체인 휴스틸의 사장을 지낸 그는 처음 동양철관에 와 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두 가지를 걱정했다고 했다.

하나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들의 사기였다. 동양철관은 초대형 가스·수도관 등을 100% 주문 생산하는 회사. ‘좋은 제품을 납기에 맞춰 댈 수 있다’는 고객의 믿음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려운 기업이었다. 다행히 그가 오기 전, 부산 남항대교 건자재를 발주받아 밤을 새워 만들어 댄 덕에 고객들의 믿음이 살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대로 사기는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수년간 주인이 두 차례나 바뀌고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법정관리까지 거치며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얘기한 게 “사무실이 도떼기시장인 것처럼 시끄럽게 일하라”는 것이었다. 생산은 차질 없이 되고 있는지, 납품할 게 출발은 했는지 전화로 속삭이듯 확인하지 말고 소리를 질러대도록 했다. 일이 넘쳐 회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게 적중한 것일까. 분위기가 살자 경영 실적이 살아났다. 매출은 연평균 15%씩 늘었고, 흑자 행진이 이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동양철관은 흑자를 냈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가입 권유를 받았지만 고개를 저었다.

“한때 키코로 대박을 쳤다는 기업이 많았지요. 하지만 본업으로 돈을 버는 게 좋은 기업이 아닐까 합니다.”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경쟁 업체가 많아져 품질 차별화가 필요했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 각종 신제품으로 정부의 우수 제품 인증 등을 따냈다.

최근에는 자동 용접 로봇을 자체 개발했다. 대형 수도관 등을 저 혼자 용접해 이어 나가는 로봇이다. 박 사장은 “이를 활용해 강관 생산뿐 아니라 시공 쪽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나아가 수자원 종합관리회사로 탈바꿈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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