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예산 113조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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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가 나쁘니까 어느 정도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고, 실제로 선거다 뭐다 해서 돈을 써야 할 곳도 많고…. 막상 그렇게 하자니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빚도 늘어나 2003년으로 잡은 균형재정 목표 달성이 힘들어지고. "

정부 예산의 골격을 짜고 있는 기획예산처 담당자들의 고민이다.

임상규 예산총괄국장은 "내년 예산 증가율 7%대가 최근 추세보다 높긴 해도 중학교 의무교육 실시 등 정부의 약속을 지키는 한편 교육.사회복지.사회간접자본(SOC)투자.연구개발비 등 국민들이 직접 돈이 풀리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만 늘린 것" 이라며 "다른 불요불급한 예산은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정부 예산은 DJP 공조가 깨짐으로써 여소야대 상황이 된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을 지켜왔다.

따라서 '선거 대비용 선심성 예산' '경기부진 속 국민의 세금부담 증가' 라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예산 규모를 늘려 잡으면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적자재정 상황이 오래갈 수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3년부터 공적자금을 본격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균형재정을 이루려면 내년부터 예산 증가율을 6% 이내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화여대 전주성 교수는 "경기가 침체돼 있으므로 어느 정도 예산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증가율 자체보다 예산을 어떻게 구성해 어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 하는 문제" 라며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깎이지 않도록 하면서 선심 성격의 예산 및 공무원 인건비와 같은 경직성 예산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효준.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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