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교제 잇단 무죄판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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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제정된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 입법 미비를 지적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여성.시민단체들은 법원의 무죄 판결이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판사들은 "입법 취지를 존중하더라도 판사가 처벌 규정을 확대 해석할 수 없다" 며 "청소년보호위원회 등 관련기관들이 법 조항을 보완하거나 처벌조항 등을 수정해야 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 성을 사는 행위(5조)=청소년 성보호법에 대한 논란은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尹南根)판사의 판결을 계기로 촉발됐다.

尹판사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15세 소녀와 성관계를 갖고 2천~1만4천원을 준 혐의로 기소된 남성 5명에게 지난 7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또 지난달에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20대 고시원생에 대해 "대가를 약속하고 성관계를 가진 것이 아니므로 성을 산 행위가 아니다" 며 무죄를 선고했다.

성을 사는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대가 제공을 사전에 약속했는지 여부' 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 위계에 의한 간음(10조4항)=서울고법은 지난 4일 16세 소녀에게 돈을 줄 의사가 없으면서도 주겠다고 속여 성관계를 가진 혐의(위계에 의한 간음)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담당 재판부는 "성경험이 있고 성관계 대가로 돈을 받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청소년이 속아서 성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고 밝혔다.

위계(僞計)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하려면 청소년에게 간음행위 자체를 속였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청소년에게 '치료를 해준다' 는 등의 거짓말을 해 간음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을 때 이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법조항 재검토돼야=이같은 무죄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는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려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 며 반발하고 있다.

청소년의 성을 최대한 보호하는 쪽으로 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모 판사는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에게 돈을 주겠다고 속여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자칫 '성 매매' 나 '위계에 의한 간음' 으로도 처벌할 수 없는 것은 현행 법의 허술함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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