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무상급식보다 급한 사각지대 빈곤층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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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들 때문에 김씨는 나라의 도움을 못 받는다. 김씨처럼 기초생활보호대상에서 제외된 비수급 빈곤층이 100만 명을 넘는다. 이들의 삶은 기초수급자보다 못하다.

능력 있는 자녀라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 제도가 강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양 면제의 기준선(월 소득 177만원, 4인 가구)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기초생활보장제는 김대중 정부의 3대 개혁(건보통합·의약분업) 중 가장 성공한 제도로 평가 받는다. 근로능력 유무와 관계없이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넘지 않으면 생계비를 지원한다. 요즘같이 근로 빈곤층이 넘칠 때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부양의무 규정 때문이다. 처음부터 문제점이 지적돼왔지만 2006년 살짝 고치고 소득 기준을 그대로 뒀다. 돈 때문이다. 기초수급자 157만 명에게 연간 7조원이 들어간다. 이 숫자를 늘리면 생계비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23가지의 지원 비용이 한꺼번에 더 늘어난다고 손을 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 논란을 보면 반드시 돈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중산층·상류층 자녀까지 무상급식을 하면 1조6000억원이 든다. 이 돈이면 비수급 빈곤층 50만 명을 보호할 수 있다. 2007년 기초생보제보다 7년 늦게 출발한 기초노령연금제는 대상 노인 350만 명의 자녀의 부양능력을 따지지 않았다. 산업화 1세대를 사회가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에다 자녀도 점점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핵가족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선진형 제도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없다면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부양 면제의 기준선을 지금의 두 배로 올리면 35만 명의 비수급 빈곤층을 보호할 수 있다. 필요한 예산은 1조1000억원이다. 정치권이 선거용으로 떠드는 무상급식보다 돈도 적게 들고 명분도 있어 보인다.

신성식 정책사회 선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