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수몰지 성묘길 '발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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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강호(56 ·경기도 성남시)씨는 전북 진안군 상전면에 있는 부모 묘를 벌초 하기 위해 지난 2일 고향을 찾았다.

묘가 수몰된 용담댐 한가운데 야산에 있어 보트 등 배를 이용해야 했다.하지만 배는 보트 한 척밖에 없고 벌초객들은 50명이 넘어 4시간 이상 걸려서야 간신히 벌초를 했다.

그는 “추석 때 수백여명의 성묘객이 몰릴텐데 댐 안에까지 들어갈 배가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성묘를 포기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안군 상전 ·정천 ·용담면 등 용담댐 안에 조상묘가 있는 사람들의 올 추석 성묘길이 고달프게 됐다.지난해 11월 완공된 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물이 찼기 때문이다.

5일 진안군에 따르면 용담댐 안 야산에 4백여기의 묘지가 있다.

올해 추석을 맞아 이들 묘를 찾는 성묘객들은 2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군은 추산했다.

그러나 댐 안에 있는 10여곳의 야산으로 운행하는 배는 수자원공사가 마련한 6인승 보트 한 척뿐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벌초를 하려는 주민들이 하루 평균 50명 이상 몰려 3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벌초객들이 늘어 나기 시작하고,올해 추석 연휴가 일요일까지 끼어 4일이어서 일찍 성묘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성묘대란’마저 우려된다.

박모(43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씨는 “추석연휴 이전에 미리 성묘를 마칠 계획이나 배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성묘객들을 위해 보트 수를 늘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안=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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