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장성호, 기아 4위 '가속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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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그는 이제 이름 그대로 '장성한 호랑이' 다.

1996년 해태 유니폼을 입고 처음 '호랑이굴' 에 들어갔을 때 새끼 호랑이 장성호(24)는 철부지였다.

타고난 재질과 감각으로 방망이 돌리는 솜씨는 선배들 못지 않았지만 다른 것은 거의 몰랐다.

고교를 갓 졸업한 그가 베테랑들이 갖춘 프로세계의 생리를 단번에 터득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그는 몸으로 배워야 했다.

프로가 어떤 건지, 1년 내내 경기가 계속 이어지는 페넌트 레이스가 뭔지, 쉴틈없이 이어지는 원정경기를 무리없이 소화하면서 몸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든 것을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익힐 수밖에 없었다.

입단 첫해 타율 0.206으로 주위를 실망시켰던 그는 이듬해 타율을 0.268로 끌어올렸고 3년차가 되던 98년 0.312로 3할 타자가 됐다. 굳이 '서당개 3년이면…' 을 들먹이지 않아도 됐다. 타고난 재능이 있었고 거기에 노력과 경험이 보태졌다.

그때부터 3년 연속 3할을 때렸고 지난해에는 시드니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그야말로 탄탄대로에 들어섰다. 장성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야구 간판타자로 성장했다.

그런 장성호가 '기아 4위의 꿈' 을 이끌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2할대에 머물던 타율은 지난달 10일 잠실 LG전부터 17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며 3할대(0.307.12위)로 끌어올렸고 지난 다섯경기에서는 18타수 8안타(0.444)를 몰아쳐 산토스를 제치고 팀내 최고 타율을 차지했다.

"이종범이 앞에서 끌면 장성호가 뒤에서 미는 게 요즘 우리 팀의 타선" 이라는 김성한 감독의 말대로 그는 팀 공격의 핵이다.

김감독은 "지난 겨울 왼쪽팔꿈치 수술 이후 훈련량이 부족해 고유의 타격폼을 잃어버렸으나 요즘 그 자세를 되찾고 맹타를 터뜨리고 있다. 워낙 성실하기 때문에 별다른 주문을 하지않는다" 고 말했다.

장성호는 "여름 동안 보양식으로 체력을 보강한 게 큰 힘이 됐다. 힘이 뒷받침이 돼 좋은 자세가 나온다" 며 최근 상승세의 비결을 밝혔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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