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GA] 댈리 6년만에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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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포기했다. 그러나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인생의 승부사다. "

'주정뱅이 헐크' 존 댈리(35.미국)가 6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댈리는 3일(한국시간) 독일 뮌헨골프장(파 72)에서 끝난 유럽프로골프협회(EPGA) 투어의 BMW 인터내셔널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27언더파 2백61타로 파드레이그 해링턴(아일랜드)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http://www.golfonline.com).이로써 그는 통산 7승을 기록했다.

댈리는 EPGA 투어 4라운드 최저타 타이기록(1984년 제리 앤더슨.유럽 마스터스)까지 세우며 27만달러(약 3억5천만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댈리는 17번홀까지 해링턴과 동타를 이뤘으나 마지막 홀에서 세컨드샷을 그린 에지에 올려놓은 뒤 어프로치샷을 핀에 붙여 버디를 잡아 승부를 간단히 끝냈다.

해링턴은 18번홀에서 댈리의 장타에 맞서기 위해 세컨드샷으로 투온을 노리다가 해저드에 공을 빠뜨리고도 파를 잡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로골프계의 '탕아' 였던 댈리는 1백51개 대회만에 우승했다. 그는 만 25세인 91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아홉번째 대기선수였던 더벅머리 댈리를 주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천신만고 끝에 출전권을 얻었고 폭발적인 드라이버샷을 앞세워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댈리는 평균 2백80m에 가까운 드라이버샷을 무기로 95년 브리티시오픈을 차지,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후보로까지 떠올랐지만 이후 알콜 중독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는 샷이 잘 맞지 않는다며 대회 도중 기권했고 티박스에서 페어웨이 반대쪽으로 티샷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또 퍼팅이 안된다며 자동차 머플러에 퍼터를 매달고 거리를 질주하거나 투어 중 숙소에서 만취해 집기를 부수는 등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골프팬들에게 웃음거리가 됐다.

특히 99년 초 금주는 물론 카지노 출입을 하지 않으며 알콜 중독증 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캘러웨이사와 2년간 3백만달러 후원 계약을 했다. 그러나 단단히 각오를 하고 들어간 알콜 클리닉에서 같은해 여름 자퇴하고 다시 카지노에 드나드는 사실이 신문의 가십에 등장하면서 그 계약은 깨지고 말았다.

이 사건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네살때부터 생활의 일부분이 돼온 골프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내면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요구하는 대로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댈리는 올해 초 집에 쇼트게임 연습장을 설치하고 오전 6시에 일어나 공을 쳤다. 그리고 몸 만들기에 돌입, 1백17㎏에 이르렀던 몸무게를 20㎏이나 줄였다. 두어달 전 세번째이혼후 곧바로 네번째 재혼, 가정적으로도 안정을 되찾은 댈리는 지난 7월 스코티시 오픈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나는 나의 인생을 의지할 위대한 아내와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나를 아껴준 세계 모든 팬들에게 우승컵을 바치고 싶다. "

대회 직후 한결 성숙한 모습으로 우승 소감을 밝힌 댈리는 샴페인병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술잔의 주인공은 골프기자들이었다. 그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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