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북한 대화제의…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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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는 3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2일 보내온 '당국대화 재개' 방송통지문을 토대로 바람직한 회담의 형식과 격(格)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등 대책을 다듬었다.

◇ 아리송한 북측 의도=정부 당국자는 "재개될 당국회담은 당연히 4차례 가동 후 지난 3월 중단된 장관급회담이 돼야 한다" 고 못박았다. 북측 제안 내용이 회담의 형식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장관급 회담 연장이라면 회담날짜와 대표단 구성 등을 알려오면 되는데 굳이 '당국회담 재개' 라고 표현한 것은 다른 형태의 회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급작스레 조평통이 대화전면에 나선 것도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장관급 회담의 경우 북측 단장인 전금진(全今振)내각 책임참사가 나섰는데, 이번에는 임동옥(林東玉)조평통 부위원장이 주도할 기세다.

하지만 林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비서의 제주방문과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과의 회담 때 수행했던 인물이라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8.15 민족통일대축전으로 봇물을 이룬 민간교류와 당국회담의 보폭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문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으로선 장관급회담과 김정일(金正日)위원장 서울답방은 여전히 유효한 대남카드" 라면서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이 5일 평양을 떠난 뒤 북측의 의도가 좀더 드러날 것" 이라고 밝혔다.

◇ 해임안 가결 당혹스런 통일부=미묘한 시점에 이뤄진 북측의 대화 제의에 따라 林장관이 앞으로 역할을 맡을지에 눈길이 모아진다.

회담 준비에 착수한 통일부는 林장관의 해임안 가결이 앞으로 대북 포용정책 추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林장관을 지목해 당국대화를 제의하는 등 향후 林장관을 대화 파트너로 삼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정부도 '林장관 없는 대북 포용정책은 적지 않은 차질이 있을 것' 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임안이 가결된 인물을 정책 수행에 재투입하는 데 다른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교수는 "林장관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는 문제보다 해임안 가결 후 정국이 깨지는 후유증 등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위축될 것이란 점이 우려된다" 고 말했다.

◇ 조국평화통일위원회란=대남 혁명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평화통일과 남북교류를 표방해 정당.사회단체를 망라해 만든 북한의 대남 전위기구다.

4.19혁명 직후인 61년 5월 홍명희를 위원장으로 출범했으며 중앙위를 정점으로 서기국과 조직.선전.회담.조사연구.총무.자료종합실 등 6개 부서로 짜였다. 91년 5월 허담의 사망 이후 위원장은 공석이며 10여명의 부위원장이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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