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고3교실] 어떻게 해결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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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문가들은 연중 상시 입시제도로 초래된 '교실 아노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선 ▶전문화된 입시지도▶특성화 교육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학생.교사.대학들이 수시모집을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전담교사제 도입등 인프라 구축=서울대 김계현(金桂玄.교육학)교수는 "대학과 학생 모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는 실종된 채 학생 끌어모으기식으로 변질돼 시험 횟수만 급증했다" 며 "학생들 역시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험 때마다 응시하는 기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고 분석했다.

특히 1백72개 대학에서 10만6천여명을 뽑는 미로 같이 얽힌 수시모집 스케줄과 각각의 전형 방법을 감안하면 담임 교사 한명이 40~50여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과 입시지도를 병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부 고교에서는 입시전담 교사를 둬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양대 부속여고 이남열(李南烈)입시전담교사는 수업을 맡지 않는 대신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고 각종 대입 자료를 수집한 뒤 3학년 담임교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李교사는 "담임교사들이 '큰 부담을 덜었다' 며 만족해 한다" 고 말했다.

서울대 유영제(劉永濟)입학처장은 "고교의 특성화 교육.심화학습이 빨리 정착돼야 하며 대학도 평가시스템을 정비해 '특기자 전형' 이라는 수시모집체제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일선 고교에서는 "현실을 감안해 대학별로 제각각인 내신성적 산출방식.추천서 등 서류양식을 어느 정도 통일해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서울 휘문고 양원영 교장 등)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외국 사례=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라 호야 고등학교.

평범한 공립학교지만 수업을 맡지 않는 대입지도 전문교사가 세명이나 된다. 이들 교사는 학생이 입학한 직후 개인별 적성과 희망을 파악하고 성적을 꾸준히 관찰한다.

대입을 위해 들어야 할 수준별 심화 학습 과목을 지도하는 것도 이들의 몫. 전문교사들의 책상 위엔 자신이 맡은 학생 개인별 파일은 물론 대학별 입학 전형에 관한 자료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대학들도 전문교사들이 쓴 추천서 등을 믿고 학생들의 지원 때 가장 큰 비중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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