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만화신간] 루스탈 '화이트 소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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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니코폴』 『체 게바라』 등 깊이 있는 유럽 만화들을 소개해온 현실문화연구에서 『화이트 소냐』(이재형 옮김.7천8백원)를 펴냈다.

지은이 루스탈은 1998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키드 콩고』로 시나리오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타는 등 각종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휩쓸었던 화제의 작가다.

대표작으로는 『바니와 푸른 음표』 『아다모프 형제』 등이 있다.

『화이트 소냐』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색(色)의 만화' 다. 펜 선은 간결하지만 색채는 화려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옮긴이는 작가를 멕시코 벽화미술가나 미국의 팝 아트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에 비교하기도 한다.

보통 만화책의 두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컬러 만화를 사는 이점을 톡톡히 느끼게 해준다.

장면마다 대사를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소설같이 속도감 있게 읽고 영화처럼 볼 수 있게도 한다.

주인공이자 창녀인 소냐가 감옥에서 세상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수감되는 과정을 그렸다. 출감 후 그녀가 맞닥뜨리는 것은 폭력과 욕설.모욕 등인데 감옥이 오히려 그녀를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공간이라는 점이 역설적이다.

남성중심주의적 사회에서 돈.폭력.섹스가 한 여성을 어떻게 파괴시키는가를 보여준다.

95년 프랑스에서 탐정만화 813상을 받은 『바니와 푸른 음표』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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