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먼지털이’와 ‘먼지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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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황사가 지나간 뒤엔 미세한 먼지들을 구석구석 닦아내는 대청소를 해야 한다. 황사에는 몸에 해로운 중금속 성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 하나. 먼지를 제거할 때 쓰는 도구의 명칭은 ‘먼지털이’일까, ‘먼지떨이’일까.

말총이나 새털, 헝겊 조각 등을 묶어 가는 자루를 대어 만든, 먼지를 청소하기 위한 도구를 가리키는 말은 ‘먼지떨이’다. ‘먼지털이’로 써야 할지, ‘먼지떨이’로 써야 할지 헷갈리는 이유는 ‘털다’와 ‘떨다’의 의미를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털다’는 ‘달려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먼지 등을 떼려고 치는 것), ‘떨다’는 ‘달려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내다’(붙어 있는 먼지 등을 떼어 내는 것)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떨다’는 먼지·재·눈 등 떼려고 하는 직접적 대상이 목적어로 온다.

따라서 ‘털다’는 “먼지 묻은 옷을 털다” “할아버지는 곰방대를 털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와 같이, ‘떨다’는 “옷의 먼지를 떨다” “담뱃재를 떨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먼지떨이’ 역시 떼려고 하는 직접적 대상이므로 ‘털이’가 아니라 ‘떨이’와 결합한다. ‘재떨이’도 마찬가지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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