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사제 서품 50주년 비디오 발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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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부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보통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가 신부로 서품을 받은 지 꼭 50년 되는 날(9월15일)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비디오 '김수환의 삶과 사랑' 은 그런 추기경의 육성을 담았다.

비디오는 성바오로딸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바오로딸 미디어' (http://www.pauline.or.kr)가 추기경의 사제서품 금경축(50주년)에 맞춰 지난해부터 준비, 최근 제작을 마치고 3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추기경은 비디오 제작을 위해 지난 2월 수녀원에서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사제가 되기 싫었던 젊은 시절,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침묵했던 심경등을 솔직히 토로했다.

"형(김동한 신부.1983년 작고)이 신부로 살아가는 것을 보고 저는 신부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요. 그렇지만 어머니가 사제가 되길 원하셨기에 감히 '싫다' 는 얘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

그렇지만 추기경은 "일단 신부가 된 이후엔 가난한 사람, 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해왔다" 고 밝혔다.

독재정권 시절 늘 민주화 운동의 편에 섰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그런 추기경이 80년 광주의 비극에 침묵했던 사실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더 큰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침묵했습니다. 제가 나서서 뭐라고 하면 광주만 아니라 서울의 젊은이들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

당시 갓 출범한 5공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것이 희생을 줄이는 길이었다는 판단이다. 비디오는 이밖에 추기경의 어린 시절부터 은퇴 후 현재의 생활까지 많은 자료를 66분으로 압축했다.

과거의 기록은 추기경 본인이 소장해온 사진이나 평화방송 등 관련 기관에서 수집했으며, 지난 6월의 팔순 잔치와 같은 최근 모습은 현장취재했다. 추기경 가족과 친지들의 인터뷰도 담았다.

연출은 KTV 다큐멘터리 PD 김철민씨, 대본은 구성작가 한정씨, 카메라는 바오로딸수녀회 이재선 수녀, 나레이션은 송두석씨가 맡았다. 가격 2만2천원. 02-9440-945.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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