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용 산은총재 "하이닉스 지원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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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는 29일 "외환은행의 정상화 방안대로 하더라도 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며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현상황에서 하이닉스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 고 밝혔다.

이는 하이닉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마련한 6조7천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31일 채권은행단 회의에서 외환은행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작아졌다.

鄭총재는 "채권은행으로선 회생시킬 자신이 없으면 정리할 수밖에 없다" 며 "연말까지 신속 인수하기로 한 하이닉스 회사채도 인수하지 않을 것이며 신규 자금도 지원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채무재조정안대로라면 산업은행은 하이닉스에 3천억원의 신규 시설자금을 지원하도록 돼있다.

그는 "채권은행으로선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사업 전망이 확실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채무재조정 계획에 동의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그런 상태가 아니다" 며 "확실한 회생 방안이 마련되면 지원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이어 "살 수 있는 기업은 확실하게 살리고, 아니면 빨리 정리하는 게 구조조정의 원칙" 이라며 "채권은행들이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같은 鄭총재의 발언은 하이닉스의 확실한 회생책 마련을 위해 채권은행 및 투신권을 압박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최악의 경우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와 관련, "정부에 보고할 만큼 협상이 성숙된 단계가 아니다" 며 "현재는 제너럴모터스(GM)측과 세금 감면 등 매각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혀가는 상태" 라고 말했다.

鄭총재는 대우차의 위탁경영설에 대해 "만약 매각이 실패하면 경영권은 채권단이 갖되 국내외 자동차 전문기업에 경영을 맡길 계획이지만 위탁경영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므로 궁극적으론 매각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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