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학교 대안시설 도심속에도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성적과 입시 위주의 학교가 갑갑해서" 박지영(18.가명)양은 1학년 중반에 일반 고교를 그만뒀다. 그 뒤부모가 권유한 지방의 대안학교를 두 군데나 거쳤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뜻밖에도 지영이가 만족감을 느끼게 된 '학교' 는 지난해 말부터 다니고 있는 야학이다. 지영이처럼 낮시간이 자유로운 탈(脫)학교 청소년을 겨냥, 교과수업 외에 취미.공동체 활동에 큰 비중을 두어 대안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처럼 대안교육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는 일부 야학을 비롯, 도심에서도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시설 중 일부에 예산을 지원, 교양강좌.진로모색.직업훈련 등 1~3년 과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이르면 9월부터 시범운영을 할 계획이다.

◇ '길찾기' 위한 징검다리=이같은 시설은 일반 학교의 교과과정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체험활동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문을 연 마포 도시속작은학교의 경우 교과과목은 국어.영어.수학 정도이고 나머지는 자원봉사체험.연극놀이 등의 프로그램이다. 교과과목도 자원봉사자로 나선 랩가수의 영어특강 등 지식전달보다 수업참여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한국청소년재단의 염병훈 사무국장은 "청소년 스스로 자기를 발견, 복학.검정고시.취업 등 다양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을 익혀 취업을 하려 할 경우에는 관련 사회복지시설을 소개해주고, 검정고시 응시생을 위해서는 별도의 특강을 알선해준다.

◇ 대안교육도 특성화=올해 초 중학교를 자퇴, 호주에 가서 조기유학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던 김윤석(14.가명)군은 "대학 공부보다는 음악이나 영상처럼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면서 오는 9월 12일 개교하는 하자작업장학교에 원서를 냈다.

여기서는 기존 직업교육의 틈새에 놓여 있는 인터넷.영상.대중음악 등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특화해 3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공연예술분야를 특화한 대안프로그램을 운영할 강북청소년수련관의 조숙현 팀장은 "학교생활에서 좌절을 겪은 청소년들일수록 더욱 적극적인 자기 표현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기획한 것" 이라면서 "기초과정에서 적성을 충분히 탐색한 후 진로를 정해 관련 전문과정을 익히도록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시범운영 후 학력인정도 추진=서울시는 산하 위탁시설인 대안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이들 프로그램에 예산을 지원, 향후 이들 기관이 학력인정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제적.중퇴 등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는 중.고교(일반계.실업계)생은 1999년 6만1천명에서 2000년 6만7천명으로 늘고있는 추세다. 이 중 3분의 1이 서울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