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LA 북핵 발언] 북한 못받을 방안 되풀이 말고 미국은 한국 말 들으라는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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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연설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새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4일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정권이 출발한 지 2년이 되도록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는 데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노 대통령 연설문 해설자료에서 '북핵이 절차 문제 외에 실질적 내용의 진전이 없다'고 한 부분에도 반영돼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연설은 새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미국에 강력히 천명하는 동시에 북한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해법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창의적.신축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를 "상황 진전을 원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받을 수 없는 안만 되풀이하지 말고 한국의 말을 들으라는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한이 핵문제 해결의 결단을 내릴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상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현재 미국의 태도를 요약하면 '협상 테이블로 와라. 거기서 모든 것을 얘기하자'는 방식"이라며 "이것을 '받을 수 있는 보상의 목록을 더 구체화해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 폐기를 선언할 경우 중유를 공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며 미국은 제외돼 있는데 이는 북한에 유인이 되지 못하는 만큼 미국의 적극적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폐기를 선언하면 미국은 북한의 테러 지정국 해제 협의를 개시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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