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의류시장 위기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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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저가 다품종 패션' 전략으로 호황을 누리는 서울 동대문시장의 상권도 고객을 잡기 위한 지속적인 변신 노력이 없으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중국의 저가 의류 시장의 급성장이 동대문의 활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 의류시장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패션.관광.도시계획 전문가들 40여명이 구성한 '동대문 포럼' 은 29일 "중국과 동남아에서 만든 저렴한 제품이 본격적으로 밀려오기 시작할 경우 2005년께는 우리 의류제품의 경쟁력이 상실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패션연구소 이유순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패션부문 개방이 2005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며 "섬유무역 자유화에 따라 국가별 쿼터가 없어지면 세계 패션시장의 30% 이상을 중국제품이 점유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동대문시장이 가장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동대문 의류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李수석연구원은 주장했다. 동대문 시장은 1931년 국내 최초의 기성복 공장이 세워진 후 70년 가까이 패션 시장의 메카로 군림해 왔다. 특히 90년대 들어 대형 쇼핑몰이 등장 하자 일본이나 동남아에서도 의류 구입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섬유시장의 급성장과 브랜드 개선 노력의 미흡으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동대문포럼 시장환경 분과장 유상오(37)박사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은 승산이 없으며 동대문만의 고유 브랜드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동대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은 동대문 제품의 이미지를 고유 브랜드화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

이와 함께 관광특구 지정 등 동대문시장의 효율적 공간 개발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태원과 남대문 못지않은 명소임에도 동대문시장은 '1개 시에 2개 관광특구만 허용한다' 는 관계 법령에 따라 아직 관광특구 지정을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희대 김신원(조경학)교수는 "관광특구 지정은 물론 이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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