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환경 비상시국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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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 몸은 온통 멍투성이예요.

지난 2년간의

가정 폭력 탓이죠.

밤낮 무수히 때리고 할퀸 것

더 이상 버틸 수도 없는데.

팔다리마저 부러지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죠.

웬 엄살이 이다지도 심하시오.

내가 돈 벌어준 덕택에

여태껏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살았지 않소.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어.

요즘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데

바가지만 긁어대면 되나요.

결혼 전엔 이럴 줄은 몰랐죠.

상냥하고 친절하고 자상하고

내 아픔 보듬어줄 줄 알았죠.

신혼 초 그 버릇에 설마했죠.

이젠 더는 못 참아요.

이혼이 아니라면

별거라도 해요.

난 달라진 것 하나도 없소.

먹고사는 게 제일 중요하지.

결혼하자고 옆구리 찔러놓고

이제 와 딴소리하긴가요.

나도 맘 편한 건 결코 아니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겠소?

아무리 배불러도

매 맞고는 살 수 없죠.

그래도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

헤엄쳐 나오려

이렇게 허우적거리는데,

이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만큼 지쳤는데,

어찌하여 나무토막 하나

던져주지 않소?

팔짱만 끼고…

아무튼 그 버릇 고칠 때까지

절대 건져주지 않겠어요.

서울시청 앞 넓은 광장에

1만명을 모아놓고

당신이 저지른 짓

모조리 다 공개할테니

이젠 정말 알아서 하세요.

*전국 100여개 환경단체가 최근 '환경 비상시국회의'를 출범하면서 각종 개발사업을 강행하는 노무현 정권인 참여정부의 반(反) 환경정책을 성토했다. 이들은 27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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