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 갖춰야 진정한 프로 스포츠 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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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 4층에 있는 프로축구 FC 서울 사무국. 한웅수(54·사진) 단장실 벽에는 ‘55397’이란 숫자가 적혀있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5만5397명은 2007년 4월 8일 FC 서울이 라이벌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기록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이다.

“이 기록도 이른 시일 내에 깰 겁니다.”

현실적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수용인원 6만2500명)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FC 서울이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목표는 평균 관중 3만 명, 총 40만 명 돌파입니다.”

지난해 프로축구 전체 평균 관중 1만2000여 명, FC 서울의 평균 관중이 1만5900여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단장의 목표는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한다. 18일 울산 현대전에서 3만1646명이 입장했고, 4일 수원전에서는 역대 2위인 4만8558명이 입장하는 등 홈 4게임에서 14만 명을 넘겼다. 게임당 3만5452명이다.

한 단장이 관중 수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진정한 프로 구단이 되기 위해서”다. 국내에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가 있지만 모기업으로부터 광고홍보비 명목의 지원으로 버티는 구단이 대부분이다.

FC 서울의 지난해 입장수입은 15억원으로 전체 마케팅 수입(138억원)의 11%였다. 올해는 2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2004년, 안양 LG(FC 서울 전신)의 연고지를 서울로 옮기면서 한 단장은 “축구도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2010년부턴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2010년이 됐다. 한 단장의 예언이 맞아떨어질 것인가.

한 단장은 자생력을 갖춘 프로구단을 만들기 위해 일본 프로축구 우라와 레즈, 미국 LA 갤럭시 등 관중 동원에 성공한 구단들을 벤치마킹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도 찾아갔다.

연간 회원권만 마케팅하는 전담 직원도 4명이나 채용했다. 이들은 일년 내내 연간 회원권만 팔러다닌다. 충성도가 높은 고정 회원을 많이 확보해야 탄탄한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20일 현재 FC서울의 연간 회원은 1만2500명, 올해 안에 1만5000명을 넘기는 게 목표다.

“우리 직원들은 선수단 성적보다 팬 서비스와 재정 확보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성적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더 신경써야죠.”

한 단장은 “우승이 지상 목표라면 박주영(프랑스 AS모나코), 이청용(잉글랜드 볼턴), 기성용(스코틀랜드 셀틱)을 왜 해외로 보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래도 FC 서울은 20일 현재 6승1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1983년 럭키금성(FC 서울 전신) 창단 멤버로 입사한 한 단장은 선수단 주무-운영과장-사무국장-부단장을 거쳐 단장에 올랐으며 여자배구 GS칼텍스 단장도 겸하고 있다.

손장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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