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도 컨트롤타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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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정보기술(IT) 산업의 컨트롤 타워(총괄부처) 문제가 새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IT 정책 빈곤 논란을 넘어 현 정부가 해체한 옛 정보통신부의 부활론까지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애플 아이폰으로 촉발된 국내 스마트폰 열풍으로 국내 IT산업이 위기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정통부가 해체될 때 직간접으로 간여한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까지 ‘반성문’을 내놓을 정도다. 지난달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정통부 해체는 사려 깊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엔 김형오 국회의장이 기자회견에서 “IT 총괄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에도 MBC 라디오 뉴스프로에서 IT 총괄부처 신설 문제를 거론했다.

반면 옛 정통부에서 IT 정책업무의 상당 부분이 이관된 지식경제부의 최경환(사진 왼쪽) 장관은 21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코스닥협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정통부 부활 거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이라고 반론을 폈다. 공교롭게 같은 날 안철수(오른쪽) KAIST 석좌교수는 MBC 라디오 시사프로에 나와 “IT 총괄 기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장관과 안 교수의 발언을 요약했다.

#최경환 장관

IT 컨트롤타워가 없어 곤란하다는 논란은 현 정부의 출범 때부터 나온 해묵은 얘기다. 우리나라 IT 경쟁력이 떨어진 게 정통부가 해체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다. IT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이를 관할하는 부처를 만들자는 얘기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만든 경제기획원을 부활하자는 발상과 같다. 지금은 정부규제를 어떻게 완화해 시장 기능을 촉진하느냐를 고민할 때다. 정통부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은 규제를 하는 행정집단을 다시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시장 변화에 맞지 않는다. 미국에 정통부가 있어서 구글이나 애플이 생겨났나. 우리나라 공무원이나 제도가 시장의 상상력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IT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과거 정통부는 초고속인터넷 같은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소임이 있었다. IT가 모든 산업의 인프라가 된 상황에서는 정통부가 부활되면 다른 부처와 분란만 일으킨다.

#안철수 교수

IT 분야에서 선진국에 뒤처지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 옛 정통부와 같은 IT 총괄부처가 시급하다. 미국에는 정통부와 같은 행정조직이 없다.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미국은 시장이 굉장히 크다. 또 기득권 보호가 되지 않는 절대적 자유시장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작은 기업들도 성공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구조다. 그런 좋은 인프라가 갖춰진 상황에서는 구태여 정통부가 필요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장규모가 작은 데다 아직 투명성과 공정성이 미흡한 허약한 인프라다.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필요하다.

이원호·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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