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년내 개방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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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앞으로 5년 안에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다. "

최근 서울을 방문한 베이징(北京)대 조선문화연구소 명예소장 최응구(崔應九.64.사진)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60년대 초 김일성종합대학 유학 시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가깝게 지낸 인연을 갖고 있는 그는 북한의 고위 관리들과 수시로 만나 북한 정세에 밝은 학자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북한의 개혁.개방을 낙관하는 이유는.

"북한은 개혁.개방에 대한 확고한 전망을 갖고 있다. 개혁.개방을 위한 모델을 연구하고 국내외 조건을 만들어 가는 준비단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북한이 경제 관련 법규들을 정비하고 해외연수 등을 통해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말해 준다. 金위원장의 활발한 정상외교도 변화를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다. "

- 북한이 중국식 모델을 따를 것으로 보나.

"북한은 자기식의 개혁.개방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10년 전부터 중국.스웨덴 모델을 연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미국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

- 미국과의 관계개선만 되면 개혁.개방노선으로 간다는 것인가.

"북한의 안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중국도 70년대 들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덩샤오핑(鄧小平)식의 개혁.개방으로 나갈 수 있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북한은 미국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미국과의 수교가 전제돼야 한다. "

-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은.

"金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다. 나는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 등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을 만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이라며 강력히 비판한 적이 있다. 미국 내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패권주의' '단독주의' 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만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 일변도에서 '정상궤도' 에 진입해 북미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金위원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金위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61년 연변대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 대학원과정 연구원으로 간 직후인 그해 가을이었다. 당시 경제학부 2학년이던 金위원장이 갑자기 내가 묵고 있는 기숙사로 찾아와 '해외동포가 유학을 왔다고 해 찾아왔다' 고 해 만나게 됐고, 그후 자주 어울릴 기회가 있었다. 당시 金위원장은 소련과 동유럽.중국.아프리카 등지에서 김일성대학에 온 유학생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국제정세에 대한 토론을 많이 했다. "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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