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단편 '김씨의 개인전'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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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소설가 이문열(사진)씨가 단편소설로는 4년여 만에 새 작품을 발표했다.

이씨는 모든 기성권위가 도전받으며 혼란스러워진 작금의 세태를 풍자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단편 '김씨의 개인전' 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발표했다.

유명 조각가 밑에서 10여년간 돌도 깎고 흙도 바르는 잡역부 역할을 하던 김씨가 어느날 독립을 선언하고 독자적인 전시회를 연다.

그러나 '창조의 개념, 특히 조형적인 상상력이나 일관된 미학 논리가 결여된 노동의 산물' 인 김씨의 조각들은 그 유명 조각가의 복제품이나 다름없어 참담하게 실패하고 만다.

김씨의 갑작스러운 독립선언에 "아무래도 누군가 김씨를 말려야 한다는 느낌은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누구 우리 김씨 말려줄 사람 없어요. 이 동네는 사람도 안 삽니까" 라고 하는 유명 조각가의 물음에서 이 작품은 세태 풍자 소설로도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주제 모르고 설치는' 김씨의 삶을 좇는 작가의 시선은 이씨의 어느 작품보다 따뜻하며, 해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준다. 비판과 고발에 무게를 둔 서구적 풍자소설이 아니라 잘못된 행태도 껴안는 우리의 전통 해학소설로 읽힌다.

"꽉 짜인 예술성과 긴장 때문에 단편 쓰기가 장편 쓰기보다 훨씬 힘들지만 그래도 소설에서의 문학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작가가 단편에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니냐" 는 게 오랜만에 단편을 발표한 이씨의 말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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