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홍콩기업 코웰 일군 곽정환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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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300만원을 들고 홍콩으로 건너가 자산규모 2000억원의 기업체를 일군 40세의 해외 동포 중소기업인이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코웰의 곽정환(사진) 사장이다.

대학 졸업 후 ㈜대우에서 5년간 무역업을 익힌 곽 사장은 홍콩에서 1992년 소규모 무역상을 하다 현지에 창업투자업체를 차려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국내 외환위기 직후 벤처투자 바람이 일자 홍콩투자가들을 모아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다.

이후 DVD.광학렌즈.카메라 부품사업을 하면서 제조업에 눈을 뜬 그는 96년 전자 공업 도시인 중국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 장난감 공장을 세웠다. 1만여평 규모의 이 공장에선 수출용 봉제완구를 비롯해 보안 카메라.휴대전화 단말기에 들어가는 여러 전자부품도 만든다.

둥관시는 이 공장이 2000명 넘게 고용을 하고 세금을 많이 내자 공장이 들어선 공업단지의 이름을 코웰의 중국식 발음인 '가오웨이(高偉)'로 바꾸기도 했다.

곽 사장은 "둥관시가 투자유치에 발벗고 나설 때 현지투자를 한 데다 세금으로 매년 1000만위안(약 14억원)을 꼬박꼬박 내자 코웰을 둥관지역의 대표적인 업체로 인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준비 중이다. 코웰이 투자분야의 연구소를 최근 국내에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곽 사장은 "무슨 업종이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라며 "한국 경제가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유통.물류 분야에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투자 의향을 내비치면서 기업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각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통하지 않을 평등 논리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 같다"며 "중국의 기업 환경이 오히려 한국보다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수출업체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중국 공무원들에게 호소하면 곧바로 해결해주면서 '더 도와 줄 것이 없느냐'고 말한다는 것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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