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난 아닌 '장난감 값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3면

미국 소매업체들이 연말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장난감 가격을 낮추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연말을 앞두고 월마트와 토이자러스 등 소매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현재까지 뚜렷한 인기 품목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바비인형 최신판인 '에리카'와 '엘모' 인형 등 중저가 제품의 가격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전쟁은 지난해 월마트가 장난감 소매부문에 진출하면서 불붙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진 것도 가격 전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KB토이스와 토이자러스 등 두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던 장난감 소매시장에 전격 진출해 이들보다 최대 20% 싼값으로 장난감을 팔았다. 이후 KB토이스는 파산보호 신청을 내면서 427개 점포의 문을 닫았고, 토이자러스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장난감 전문소매업체는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월마트에 시장을 내줄 수 없다고 판단한 토이자러스 등은 월마트의 공세에 공격적인 가격인하로 맞대응하고 있다.

현재 권장소비자 가격이 19.99달러인 에리카 인형은 토이자러스에서 16.44달러, 월마트에서는 15.88달러에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추수감사절(11월 25일) 연휴 이후 장난감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라이보 위츠 번험증권 전무는 "지금 나타나는 것은 가격전쟁의 초기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번주 오펜하이머증권이 62개의 장난감 가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토이자러스가 월마트보다 약 5% 싼 가격에 장난감들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네스비트가 72개 장난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토이자러스가 월마트보다 0.2% 싼 것으로 나왔다.

그레그 에이헌 토이자러스 판촉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지난해 (월마트의 공격으로) 급소를 얻어맞았다"면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를 원하며 올해 연휴시즌 내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의 캐런 버크 대변인은 "전문 조사기관의 조사가 맞다면 현장 가격조사를 해서 우리가 파는 제품의 가격이 가장 낮도록 확실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