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외압수사 검찰 흐지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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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상호(李相虎) 전 공항공사 개발사업단장과 국중호(鞠重皓) 전 청와대 행정관 등 두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면서 외압과 업체 로비 등 모든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약속했으나 법원 기소를 일주일 앞두고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 사건의 본질은 李씨-원익컨소시엄 및 鞠씨-에어포트72 사이의 유착과 정치권 등의 청탁.외압 여부" 라며 "결국 또다시 과거 옷로비 사건처럼 용두사미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 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외압수사=검찰은 그동안 李.鞠씨와 강동석(姜東錫)공항공사사장.윤흥렬(尹興烈)스포츠서울 21㈜대표 등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李씨와 姜사장에 대해서는 전화통화 내용을 정밀 분석했다.

하지만 2순위 에어포트72의 최대주주인 스포츠서울21은 사실상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또 이 과정에서 검찰은 鞠씨 외에 다른 청와대 행정관이 유휴지 개발을 맡을 우선협상대상자 최종 발표일(지난달 30일) 전에 일곱 차례나 통화한 사실을 수사 초기에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鞠씨와는 달리 이 부분에 대해 관계자 소환 등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언론 보도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통상적인 실무 차원의 통화였다" 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특히 그동안 수사진행에 대해 일체의 브리핑을 거부하던 검찰은 청와대 행정관의 추가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무관함을 강조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姜사장과 국회의원.청와대 관계자 등과의 통화사실을 확인하고도 '통상적인 업무' 라며 외압 여부와 관련된 정밀조사에 소극적인 부분도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姜사장이 평가 항목 중 1순위인 원익에 유리한 '토지사용료' 항목을 '토지사용기간' 으로 대체하는 안까지 결재한 뒤 갑자기 '수익성을 우선해야 한다' 며 재평가를 요구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

◇ 업체로비 수사=검찰은 李.鞠씨를 구속한 직후 공항공사 실무진과 ㈜원익컨소시엄 참여업체인 삼성물산, 鞠씨와 에어포트72㈜간 구체적인 '로비 물증' 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검찰은 이를 위해 공항공사 직원들과 업체 관계자 등 30~40명을 불러 조사했다. 또 李.鞠씨와 가족들의 예금계좌 추적은 물론 참여업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鞠씨가 에어포트72 참여업체인 에이스회원권 간부와 저녁식사를 했다는 사실 이외에 금품수수 등 범죄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원익과 에어포트 두 곳 다 분명 로비를 했으며, 앞으로 수사에서 이를 밝힐 것" 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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