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바꿔" 여권 '林통일 해임' 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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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와 민주당이 24일 일제히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경질 불가(不可)' 를 외치고 나섰다. 그동안 여권 내에서도 제기되던 林장관 문책론의 목소리는 약속이나 한 듯 사라졌다. 여권 핵심부가 23일 하루 동안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편 게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득 논리의 핵심은 "자민련까지 林장관 해임건의안에 동조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니 자칫 대북정책이 백지화할 우려가 있다" 는 것이었다.

24일 오전 9시를 전후해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과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었다. 이어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자들에게 경질 불가의 배경을 설명했다.

낮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통일.외교.안보장관 간담회를 주재했다. 林장관도 참석했다. 재신임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金대통령은 "이번 방북단은 결과적으로 유감스럽게 됐다. 그러나 평가할 것은 평가해야 한다는 이성적 여론도 있다" 고 했다. 대통령이 방북단 파문에 '유감' 표명까지 한 것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반발한 한나라당은 이날 바로 林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자민련은 23일에 이어 이날 다시 변웅전(邊雄田)대변인 이름으로 林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문제는 자민련이 은근히 한나라당의 공세에 가세하고 있어 林장관 보호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표결에서 해임건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韓실장은 "(자민련과의 공조가)잘 될 것" 이라고 낙관했다. "공동정권이 공조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했으면 좋겠다" 는 JP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金대통령이 정면으로 林장관을 비호하고 나선 것은 "林장관 사퇴 공세가 金대통령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 (청와대 관계자)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시절 차남인 현철(賢哲)씨를 구속한 뒤 급격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맞은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고 말했다.

따라서 "金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보장할 수 있는 '적당한 타협선' 은 없는 셈" 이라고 한 여권 인사는 분석했다. JP에 대해서는 설득할 '묘안' 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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