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승용차와의 전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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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금도 보행자들의 보행권이 전 세계 주요 대도시 중 가장 보장되고 있다는 프랑스 파리시가 대중교통 활용도를 높이고 보행자들의 보행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로 시스템 개선책을 내놓았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내에 총연장 41㎞에 달하는 새로운 버스전용차로를 만드는 계획이다. 유명무실하던 기존 버스 전용차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일반 차선과의 경계에 높이 10㎝, 폭 70㎝의 턱을 쌓아 일반 승용차가 얌체처럼 끼어들 여지를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을 사이에 둔 센강 좌.우안 도로 7㎞는 이미 공사를 마쳤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2억1천만프랑(약 3백60억원)의 공사비를 책정했다. 이 전용차로에는 버스 외에 택시.자전거의 출입을 허용한다. 하지만 자가용 등은 안된다. 자전거와 버스가 함께 지날 수 있도록 차로 폭도 3.7m인 기존 전용차로보다 훨씬 넓은 4.5m로 확대했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좁은 파리의 도로가 훨씬 더 좁아졌고 어떤 구간에서는 일반 차로보다 버스 전용차로가 더 넓은 곳도 생겼다.

파리시는 이 전용차로 덕분에 버스운행 속도가 20% 정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는 운전자들도 꽤 있다. 특히 대형 트럭을 인도에 붙여 정차할 필요가 있는 배달업체들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파리 경찰도 일이 더 복잡해진다며 볼멘 소리다. 하지만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눈도 깜짝 않고 있다.

1백년 만에 처음 탄생한 좌파 파리 시장인 그는 우파 시의원들의 공격에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이 두배 이상 보장됐다" 고 맞받아쳤다.

그는 센강 우안 강변도로를 바캉스 기간이라 통행량이 적다며 지난 7, 8월 5주 동안 자전거나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사람과 보행자들을 위한 전용도로로 바꾸기도 했다.

23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는 파리 시민들의 66%가 들라노에 시장의 교통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이 좁아지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며 환경을 위해서라도 자동차의 지나친 도심 진입은 막아야 한다는 게 파리 시민들의 생각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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