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선택] 제일기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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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올해엔 특히 겨울올림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의 스포츠 이벤트가 집중돼 있다. 이번 월드컵은 특히 한국-그리스(6월 12일), 한국-아르헨티나(6월 17일) 두 경기가 한국의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30분에 열린다. 북한이 본선에 올라간 것도 국민의 관심을 더 끌게 만드는 요소다.

게다가 민영 미디어렙도 생긴다. 공기업인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해 온 방송 광고대행 서비스 사업을 민간회사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광고 단가가 오른다. 또 협찬광고 같은 간접광고와, 김연아 선수가 얼음을 지칠 때 빙판에 그래픽 광고가 나타나는 식의 가상광고도 올해 허용됐다. 여러모로 광고 시장이 성장할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광고 시장이 커지면 광고를 싣는 매체나 광고 대행사 등의 수입이 오른다. 그중에 최선호주는 제일기획이다.

과거를 보면 제일기획의 주가는 대체로 홀수 해에 오르고 짝수 해에는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짝수 해에 있는 올림픽·월드컵·아시안 게임 같은 스포츠 이벤트의 효과가 한 해 앞당겨져 제일기획의 주가에 미리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외다. 경기 회복세가 크게 작용하는 점은 물론이다. 여기에 제일기획 해외 광고 취급 물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휴대전화의 해외 마케팅을 강화할 태세다.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휴대전화 교체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3~2008년 50~60% 수준이었던 휴대전화 교체 비율은 올해 74%, 내년에는 79%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민영 미디어렙 출범은 제일기획에 있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공기업인 방송광고공사는 광고 물량을 국내 300여 광고대행사에 안배했다. 광고대행사의 ‘파워’에 맞춰 몰아주지를 않았다. 이로 인해 제일기획의 시장 점유율은 16%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민영 미디어렙이 생기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무래도 매체에 대한 영향력이 커 ‘황금시간대’ 광고 확보가 용이한 제일기획에 물량이 몰릴 수밖에 없다.

제일기획은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기도 하다. 2008년 12월 영국의 광고회사 BMB 지분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미국의 온라인 광고 회사를 추가 인수해 나가고 있다. ‘2012년 세계 10대 광고대행 그룹’을 목표로 해외 인수합병(M&A)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옴니콤·WPP 등 유수의 광고대행 그룹들이 M&A를 통해 성장한 길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제일기획은 또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200원으로 액면분할하기로 했다. 22일부터 거래 정지한 뒤 다음 달 10일 분할한 주식으로 다시 거래를 시작한다. 액면분할 자체가 기업 가치의 본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 거래량을 많이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건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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