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나오는 박철우, 그를 보듬는 신치용, 기대하는 신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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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배구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해피 엔딩으로 끝날까. 신치용(55·사진 왼쪽) 삼성화재 감독이 딸의 애인이자 라이벌팀 에이스 박철우(25·현대캐피탈·오른쪽) 보듬기에 나섰다. 신 감독은 19일 현대캐피탈을 꺾고 프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 축하연에서 딸 신혜인(25)과 교제 중인 박철우 이야기를 꺼냈다.

◆속내 드러낸 신치용 감독=신 감독은 오는 6월부터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월드리그에 참가한다. 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는 하나다. 대표팀에서 박철우와 당당하게 같이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철우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신 감독이 처음으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배구판에서는 라이벌팀 감독의 딸과 사귀는 박철우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박철우가 유난히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부진했기에 더욱 그랬다. 삼성화재전에서 일부러 못한다는 억측까지 있었다. 그런 소문을 익히 들어온 신 감독은 “사람의 도리를 못하는 친구였다면 일찌감치 내 딸과의 교제를 막았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람 관계를 가장 중요시하는 신 감독은 박철우의 됨됨이를 의심하지 않는다. 딸의 남자 친구로 인정받은 박철우가 대표팀에서 재능을 마음껏 뽐내도록 돕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신치용 감독의 딸 신혜인(오른쪽)이 어머니 전미애씨와 프로배구 챔프전을 관전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빠와 남친을 동시에 응원하면 좋을 것”=챔피언 결정전을 매 경기 관람한 신혜인은 7차전이 끝나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 신혜인은 “아빠가 힘든 시즌 끝에 우승해서 기쁨이 더 컸다. 철우가 못하고 졌으면 아쉬웠겠지만 철우도 잘했다”며 두 사람을 동시에 챙겼다. 박철우는 “경기장을 나가면서 혜인이가 우는 모습을 봤다. 두 팀 다 너무 힘든 경기를 했기에 애틋한 마음에 울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 합류를 앞둔 박철우는 “챔프전 우승 목표를 못 이뤄 너무 아쉽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며 “대표팀에 합류하면 새로운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던 그는 “운동선수로서 뭔가 해보고 싶다. 열심히 훈련해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감독님과 힘을 합쳐 월드리그, 아시안게임 등 큰 경기에서 잘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박철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신 감독의 박철우에 대한 애정 표현은 그의 거취와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남겼다. 신 감독은 내년 구상을 묻자 “FA를 영입해 새로운 전력으로 또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노장 선수가 주축인 삼성화재에 박철우만큼 구미가 당기는 FA는 없다. 신혜인은 ‘박철우가 삼성화재로 온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아빠와 남자 친구를 동시에 응원할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춘 드라마가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면 마지막 장면은 신혜인이 두 사람을 동시에 응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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