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이사회 "사학법 개정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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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학교법인 연세대 이사회가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의 구체적 결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연세대 법인사무처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렸던 이사회에서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총력 저지한다▶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청와대에 강력히 촉구한다▶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고 법안이 공표.시행될 경우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와 공동보조를 취한다 등을 결의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는 방우영(조선일보 명예회장)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11명과 윤형섭 전 교육부장관 등 감사 2명을 포함, 이사회 구성원 13명 전원이 참석했다고 사무처 관계자가 전했다.

연세대 법인사무처 관계자는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 규정 등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2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의결하는 연세대 법인이사회를 개방한다면 이사회 업무 추진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이사회 의결 배경을 설명했다.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 7월 교육부가 '교직원 임면권을 학교법인에서 학교장에게 넘기고 학교 구성원이 학교법인 이사 일부를 추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에 보고하면서부터다. 이후 8월 17일 사립대 총장협의회 등이 "사학을 몰수하려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자 열린우리당은 교직원 임면권 등의 내용은 빼고 학교법인 이사의 3분의 1을 학교 구성원이 추천한 인사로 임명토록 한 개방형 이사제를 핵심으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을 확정, 지난달 14일 발표했다. 이 법안이 규정한 학교 구성원은 대학의 경우 교수와 교직원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이며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교사.학부모.지역단체 인사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다.

한편 사학단체들은 이에 반발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진 폐교하겠다는 결의를 하고 지난 7일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반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에 따르면 7일까지 폐교를 결의한 학교는 중.고교와 대학을 합쳐 모두 1693개교에 이른다.

민동기 기자

[뉴스분석] 여당 사학법 개정 난관…다른 사립대 동조 주목

연세대 이사회가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함에 따라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당이 개정안을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럽게 된 것이다. 국내 명문 사학의 하나인 연세대의 위상을 감안할 때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사학 관련 단체들의 '학교 폐쇄'결의와 1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대집회 등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사학단체들의 집단행동에 연세대.고려대 등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기에 가능했다. 그동안 사립 중.고교의 95% 이상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폐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4년제 대학의 폐교 결의 비율은 26.3%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세대가 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선 상황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아직 이사회를 열지 않은 고려대.이화여대 등 다른 사립대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이들 주요 사립대가 한목소리로 법 개정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여당으로서도 법 개정 강행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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